마이 블루베리 나이츠(2008) : 남자는 모르는 이야기.






남자라 아프지 않겠냐만은 실연은 여자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다.
그 실연이 여자가 일방적으로 변절을 해서 상대에게 이별을 고한 결과라 할지라도
여자의 가슴이 아프긴 매한가지고, 더구나 남자의 변질로 사랑의 종말이
초래되었다면 그 실연의 상처는 거의 치명적이라고 한다.
여자는 비극에 약한 성정을 가지고 있고, 결별은 사랑의 종말을 의미하고
개인에 따라 사랑의 종말은 존재의 소멸을 의미하기도 하는데, 한 남자가 내게서
사라져버린 것이 아니라 내가 한 남자에게서 사라져버렸다는 생각이 이처럼 여자를
견딜 수 없게 만드는지도 모른다. 한발 더 나아가 심하면 실연은 완전한
자기상실의 의미로 받아들여지기도 하는데,
물론 이 모든 얘기는 각종 쇼프로에선 '사랑해'라는 말이 범람하고, 쉽게 만나고 헤어지고,
'쿨'하게 한마디 던져놓고 아니면 그만이라는 이른바 '요즘'에 익숙해진 이들에겐
그저 웃기고 자빠진 얘기일 수도 있고, 구질구질하게 사랑에 목매는
80년대 순애보의 여주인공으로 비춰져 자칫 기분 나쁠지도 모르겠다.
여튼 영화가 다행인건 한 남자에게 버림받은 슬픔이 온 세상에게 버림받은 슬픔으로
다가오고, 스트레스가 쌓일 때마다 무엇인가를 먹고 싶은 충동에 제레미의
블루베리파이를 열심히 집어먹다가 어느새 불어버린 몸을 보고 기겁하는 상황이 아니라
엘리자베스는 이별로 인해 소멸해 버린 것만 같은 자신의 존재를 찾듯 홀연히
제레미에게서 떠나버리고, (단지 슬픈 이별으로부터 멀리 달아나고 싶었든지)
그 떠남에서의 경험으로 차츰차츰 성장(?)한다는 것이다.
여자는 대부분 실연의 상처를 통해서 세가지의 탈피과정을 경험 한다고 한다.
(그 대부분이란게 전체 여성의 몇퍼센트를 말하는건지 난 알 길이 없지만.)
탈본인(脫本人), 탈여자(脫女子), 탈인간(脫人間)
지금까지 자기가 알고 있던 자기를 탈피하고 지금까지 자기가 알고 있던 여자를 탈피하고
지금까지 알고 있던 인간을 탈피한다. 탈피 하기 전은 번데기에 해당하고 탈피한 후는
나방에 해당한다는데, (물론 이별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또 다른 사랑이
찾아 올 수도 있겠지만.) 그 하늘을 날 수 있는 나방이 되면
어느새 또 다른 사랑이 날개짓처럼 손짓 할 지도 모르겠다.
긴 여정 끝에 그녀의 입술 언저리에 자리했던 아이스크림인지 생크림인지의
증발과 함께 제레미의 입술이 달콤하게 찾아왔듯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