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 인 러브(2008) : 감성이 이성을 지배할 때.






"계획은 불시에 찾아오는 거라고.."
누군가에게 사랑이란 감정을 느꼈지만 이미 그 사람 옆엔 나 아닌
다른 누군가가 자리하고 있다는걸 알았을 때, 빨리 포기하는게 어떻게 보면
나 자신이 가장 편안해지고, 그사람과 그 옆에 자리하는 사람에게도
불편한 상황을 만들어주지 않는다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알면서도 상대에 대한 마음이 쉽게 포기되지 않는건
사랑이 지니는 마력과 같은 모순이며, 심장과 가슴이 분리되고
이성이 감성을 지배하지 않는 이상 이 세상 모든사람들은 영화 속
댄의 상황을 한번쯤 겪어보았거나, 그런 사랑 때문에 힘들어 해봤을 것이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상대가 나의 진심을 알아버린 다는 것은
때때로 매우 불편하지만, 상대를 바라보는 감정이 혼자만의 감정이
아니게 될 때, 그 감정은 더 애틋해 지는지도 모르겠다. 비록 단 3일 동안의
내 동생 여자로서의 만남이었지만 (비록 만남의 시작은 서로를 몰랐던
서점에서였지만) 이 둘의 비밀스러운 감정은 어느덧 주체 할 수 없는
사랑의 감정으로 변해버리고 말았듯이.
영화가 끝나고 댄이 동생의 여자를 빼앗아간 파렴치한 형으로 느껴지지
않았던 건, 세 사람의 뒤엉킨 관계를 서로를 아닌척 힐끔거리고, 질투심에
사로 잡혀 팬케이크를 까맣게 태우는 정도의 소박하면서도 사실적인 감정의 떨림을
입가의 미소와 함께 전달하는 이 영화가 우리로 하여금 댄의 사랑에 대한 공감과
더불어 속으로 그를 응원하게끔 만드는데 있다.
그저 어려보이고 충동적 감정으로만 치부했던 딸의 사랑이 지금 그가 느끼는
감정과 한치의 오차도 없이 똑같음을 알고, 사랑이란 감정이 나이와는 무관하게
한 인간을 지배하게 될 때 가슴이 뛰고, 같이 있고 싶고, 사랑한다 말하고 싶은
상태가 된다는 걸 알았을 때, 차마 울지 못하고 그저 웃을 수 밖에 없었던
그 댄을 보고 어찌 그를 응원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리고 영화가 훈훈했던 또하나의 이유는 사랑의 감정이 폭풍처럼 지나가고
사랑때문에 좁아졌던 시야가 순간 풀려버리고 상황을 수습하고자 자칫
덮어버릴뻔 했던 댄의 사랑을 세명의 딸들이, 그리고 그의 가족들이
응원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이 세상에서 나를 가장 잘 알고, 가장 치명적인 방법으로 내게 상처를 줄 수도,
또한 가장 가슴 아픈 말을 내 뱉을 수 있는 사람들이 가족이지만
반대로 내게 가장 든든한 힘이 되는 것도 가족이기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