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게임 (2007)
"사랑도 돈 많은 놈이 하는거야."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에서 서로의 배우자를 탐했던 것처럼
인간의 소유욕이란 본디 내가 가지고있지 아니한 것에 대한 호기심과 나아가
집착으로 이어지곤 한다. 내게 없는 것, 내게 있었으면 하는 감정의 물결은 점점
파도가 되고 어느새 걷잡을 수 없는 태풍이 될 정도로.
그리고 그 끝이 '지금 사랑하는...'처럼 나름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대부분이 깊은 수렁으로 떨어지지 않나 생각한다.
희도의 비극(?)을 보면서 우선 반자동적으로 든 생각은 결국 사랑을 포함한 모든 비극엔
결국 돈이 중심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던건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을 제외하고
연인이 눈물을 흘릴게끔 하는 촉매제 역할에서 돈이라는 존재가 그만큼
상위 랭킹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각설하고 처음 예고편을 접했을 때 소재가 신선했던건 비단 나뿐만이 아니었을꺼라 생각되고
(소재를 일본만화에서 가져왔다지만) 이런 소재가 크게 어필해서 지금의 흥행성적을
유지하고 있는건, 날고 기는 배우가 출연해 애정문제를 다룬 한국드라마들의 시청률이
만족스럽지 못 한 것처럼 한국관객들은 닳고 닳은 남녀애정관계에 어느 정도의
실증을 느끼고 있을뿐더러 한국에선 찾아볼 수 없는 신선한 소재에 대한 재미를
미드, 일드에서 충분히 맛보았기 때문이다.
영화를 다시 얘기하면 두 배우의 연기는 충분히 훌륭하고 몸이 바뀌고 난 후의
그 몸과 정신의 연령대에서 발생하는 아이러니가 또 하나의 재미라면 재미고
주연 뿐 아니라 조연 또한 충분히 제 몫을 다하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제일 문제(?)가 되는건 역시 논란이 많은 영화의 결말에 있다.
상영관을 나왔을 땐 영화의 결말을 이야기하기에 바쁜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었고
나 또한 나름의 결말을 정리하기에 바빴다. 희도의 몸, 뇌, 기억과
노식의 몸, 뇌, 기억. 이 여섯가지로 조합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정리하기 시작했고
어느 하나 명쾌한 조합을 찾아내기가 불가능해지기 시작했다.
아마 여기서부터 신선한 소재, 훌륭한 배우들의 연기로 그럭저럭 좋게 봤던 영화가
하나하나 슬슬 걸고 넘어가고 싶어졌는지도 모르겠다. 보통 그 결말이나 영화 속 행동이
다의적으로 해석될 때는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아~ 이렇게도 해석 될 수 있구나'라는
감탄사(?)가 나올만큼 그 각각의 해석이 논리적으로도 문제가 없지만
이건 어떠한 결말도 명쾌하게 답이 안떨어진다. 쉽게 말해 결말이 어떤식으로 해석되든지
감독은 욕심 부리지 말고 젊음을 소중히 하라는 메시지만 툭 던져 놓았다는 느낌이랄까.
또 하나 아쉬운 점은 영화의 제목처럼 관객은 '게임'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즉, 혜린과 희도가 손을 잡고 복수를 꾀하는 치밀한 작전(?)을 기대했지만 이는 허무하게 사라지고
결국 울며 애원하는 노식의 몸을 가진 희도를 볼 뿐이고, 부자관계로 만들어버리는
의사의 말과 함께 영화는 헐레벌떡 끝이 나버린다.
그리고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희도의 몸에서 수술자국이
없었다라는 점이 가미되면서 그 결말을 추리하기엔 더욱 더 미스테리해질 뿐인데,
그냥 감독의 의도(?)일 것 같은 젊음, 도박, 욕심과 관련된 메시지와
두 배우의 연기만 기억? 생각? 여튼 그러는게 마음 편할 것 같은. 뭐 그런.....
정말 끝을 보자는 식의 결말에 대한 집착이 영화를 더 아쉽게 만드는지도 모르겠다.
결말을 흘려버리면 스토리의 아쉬움만 빼면 그닥 괜찮은 영화였는데.
+
노식의 몸을 가진 희도가 억울함을 호소할 때
"뇌를 바꿔치기 당했어요~!!!!" 이 대사가 거슬린건 나 뿐인가.
"몸을 바꿔치기 당했어요~!!!!" 이래야 더 부드러운거 아닌가-_-a 나만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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