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대라는 특수한 집단 일부의 그릇된 폐쇄성을 고발하고, 궁극적으로 지구 상에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아 있는 한국의 끝 모를 군사적 대치상황이 빚어내는 슬픈 현실을
은연 중에 보여주고자 했다던 GP506은 영화 속 바이러스가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는, 혹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영화 속에서나 등장하는 허구의 바이러스이기에 더욱 진실의
실체에 대한 큰 고민없이 너무 안이하게 접근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리고 그러한 생각때문인지 좀비바이러스라는 그다지 신선하지도 않은
소재가 전제적인 영화의 이야기 구조까지 허술하게 만들어 버리고,
투자사 교체, 제작 중단위기까지 많은 어려움을 안고 드디어 개봉한
GP506이 배우 및 스텝들에게 기다림의 달콤한 열매를 안겨줄지는 의문이다.
영화는 상명하복의 법칙이 철저하게 적용되는 군대가 배경이라는 점을 각인 시키듯
노원사가 아내 장례식임에도 사건수사를 위해 명을 받고 현장으로 떠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개봉전 영화를 많이 기다렸던 이유는 대한민국 예비역이라는 신분또한
일말의 영향을 미쳤을테고, 숙명의 실망을 씻어줄 그 무엇의 개봉작이 필요로
했던 이유등 여러 복합적인 이유가 있었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런
영화에 대한 기대감은 뭔지 모를 영 개운치않은 기분으로 변해버렸다.
예고편 속 캠코더에 쵤영된 부대원들의 생일파티 장면과 의문의 몰살 사건과
'나도 귀신을 믿는 건 아니다'라는 대사를 통해 우리는 부대원 외의 알 수 없는
존재에 의해 부대원들이 몰살 당했다라는 생각을 가지고(나만 그런진 몰라도)
상영관을 들어서지만, 결국 사건이 하나씩 파헤쳐져감에 따라 그 알 수 없는
존재란 결국 좀비(?)화 시켜버리는 바이러스라는 사실을 알게된다.
영화를 보면서 핀트가 나가버리기 시작한게 GP장의 거짓보고를 병사들이 알고
이대로 언제 죽을지 모르는 불안감에 상황실을 접수해버리는 장면부터였는데
한번 나가버린 핀트는 하나의 의문점을 낳고 그 의문점이 또 하나의 의문점을 낳고
그런 하나하나의 사소한 의문점들이 결국 점차 것 잡을 수 없으면서 영화에 대한
실망감으로 종결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상황실을 접수한 병사들이 한두명도 아니고 대치상황동안 상부에 보고는 커녕
총을 겨누고 오지말라며 소리나 버럭버럭 질러대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고
애초에 밖으로의 보고가 아니면 상황실을 접수할 이유도 없었을 뿐더러..
(결국 그러다 서로 총쏘다 전화기 다 부셨다...-_-)
바이러스 증상이란게 잠복기와 활성기가 왔다갔다거리는거야 그럴 수 있겠다쳐도
강상병, GP장이 처음 발견되었을 때 즉, 바이러스의 존재를 알아차릴 타인과의
접촉때엔 꼭 잠복기로 들어섰다는 것이 영화진행을 위한 억지로 밖에 느껴지지 않고
그 바이러스를 처음부터 '인베이젼'처럼 그 어떤 좀비화의 바이러스로
받아들였다면 내 생각이 또 어떻게 바뀌었을진 모르겠지만 난 처음엔 바이러스를
단지 풀독(처음 발병이 제초작업이라..-_-;;)정도의 피부병으로 인식했던 탓으로
그 강도가 약해보였는지도 모르겠지만, 분명 바이러스에 걸린다해서 이성을
잃지는 않았다. 그래서 치료받을 생각은 커녕 그 자리를 벗어나기위해
거짓말을 하는 유일한 생존자 조현재를 이해할 수 없었는데
더 좀 그랬던건 이 바이러스를 종결하고자 감염자를 다 죽여버리겠다는 꼴통
강상병이야 그렇다쳐도 노원사까지 강상병의 마음을 이해하겠다며 전원 몰살시키려는
판단이 '어 이건 좀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기에 충분했다. 애초에 바이러스는
부대안이 아니라 외부에서 감염되었는데 부대원들 다 죽인다고 바이러스가
소멸될리 없고 외부의 도움을 구하는게 당연한 판단이 아닐까.
원사라는 계급이 풍기는 노련함과 수사관이라는 직분이 합쳐서
뭔가 파헤치고 사건을 해결해나갈것만 같았던 기대는 어느새 찾아볼 수 없었다.
이건 그냥 소심한 트집으로 밖에 안느껴지지만^^; 바이러스의 증상은 랜덤인지
이성을 잃고 좀비가 되기도 하고, 사람죽이고 기억을 잃는 단순 기억상실형도 있고
차에 깔려 내장이 다 터져도 살아움이는 것도 있고, 총한발에 그냥 죽는 것도 있고,
또 영화 마지막 살아남은 감염자들은 사실을 은폐하고 탈출(?)을 하려하지만
쇠사슬로 잠겨진 문을 보고 열쇠를 가진 노원사를 찾는다. 그런데 완전 무장한 그들이
왜 총으로 간단히 부서질 자물쇠를 꼭 열쇠를 찾아 열려했는지 이해가 안되는건 나뿐인가...
이러한 개인적인 의문점들 때문에 중간에 또 한번 꼬아놓은 GP장이 사실은
살고 싶어 신분을 위조한 의무병이었단 사실은 안중에도 없었다.
정체불명의 바이러스에 의해 공격성향을 띤 감염자들이란 소재를 좀 더
설득력있게 전개했다면 좋았겠지만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라는 허구를
말이맞고 들어맞아 빠져드는 허구가 아니라 말도 안되는 허구로 만들면서
적어도 내게는 하나하나 따져보게 만들어 버린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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