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의 낮보다 눈부신 그들의 밤을 기대한 관객은 그들의 화려한 밤의 일상과
호스트를 사랑한 여자 '윤진서'를 찾아볼 수 없었던 대신, 남성의 일그러진 욕망과
사랑을 담으려 했던 그 시선에서 죄지은 착한 남자의 어긋난 집착이 불러온
다소 비극적인 이야기를 엿보지 않았을까 한다.
사랑이 사랑을 벗어나 사랑의 소용돌이 안에 자신이 빠져들어 미친듯이 휩쓸리는 순간,
행복을 예고할 것 같았던 사랑은 종이한장 차이로 집착이 되어 공포가 되기도 한다.
행복인지 공포인지는 물론 보는 시각에 따라 아름다운 사랑일 수도 있겠고, 소유욕과
욕망의 집착으로도 보일 수 있겠지만, 그 집착으로 인한 범죄의 죄의식에 당겨진
당아쇠가 말해주는 자비란 없는 듯 하다.
영화가 아쉬웠던건 이른바 텐프로의 여성이었던 지원이 그냥 그런 등급의 호스트
(그 세계에 대해서 잘 모르는 내가 봐도 승우는 1등급 부류의 호스트는 아니다) 승우와
좋아하는 감정없이 함께 살 아무런 이유가 없듯이 그 시작은 좋아하는 감정이었지만
영화는 그들의 겉모습을 관객에게 보여주겠다는 마음이 앞섰는지 호스트들이 왜 그렇게
사람을 믿고 배신하고 거짓말을 밥먹듯하고 사치하는지에 대한 배경이 되는 그들의
아픔과 애환에 대한 감정배경이 없고 또, 승우의 옛 이야기는 대충 언급은 되지만
그 집착을 설명하기엔 다소 부족한 감이 있지 않나 하고, 그런 승우에 대한
지원의 감정 역시 이입이 안되는 상황에서의 엔딩은 황당한 느낌을 받을
소지가 충분하고, '수많은 칫솔'의 아픔에 눈물짓던 승우의 모습에
관객이 웃음을 터뜨리는건 당연한 일 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건 별개의 이야기지만 영화 속에 잠깐 비춰진 돈으로 인해 남자와 여자의
권력관계가 역전되어진 곳에서의 풍경은 생각했던 것보단 사뭇 달랐다. 여자손님의
가슴을 양손으로 잡고 즐기는 등의 모습은 남성이 돈을 지불하는 룸의 모습이 아니던가.
빌어먹을 돈때문에 남자의 노리개가 되었던 여자들이 뿜어냐는 보복적 행위를
영화 속에서 보여질꺼라 기대했던 사람은 분명 나뿐만이 아닐터..
여튼 신선한(적어도 지금껏 쉽게 다루지 않았던) 소재와 좋은 배우들을
데려다놓고 그에 썩~ 걸맞는 영화를 만들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
돈 앞에 남자, 여자란 성별이 무슨 상관이 있을까. 모두 돈에 약한 한낱 인간에 불과하고,
돈으로 타인의 웃음과 몸을 사고 팔 수 있는, 이 사회의 잔혹성에 길들여진 그들 역시
그 바닥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약자일 뿐이다.
돈많은 남정네들이 뿌린 돈은 그들의 정력을 받아주는 여성들이 살아가는 밑천이 되고
호스트들의 주된 손님들인 이 여성들은 다시 스트레스를 돈으로 이 남정네들에게
푸는 악순환의 고리가 그 곳에선 형성되어있는지도 모르겠다.
"The Moonlight of Seoul"
영문 제목이 말하는 그 곳, 서울의 달빛은 그래서 차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지원의 상처에서 뿜어져 나온 뜨겁고 붉은 피가 차다고 느껴질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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