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시껄렁하든, 눈물을 흘리든 이 세상 모든 러브스토리는 결국 해피엔딩
혹은 배드엔딩으로 그 화려한 막을 내리기 마련인 것처럼
(물론 그 뒤로도 그들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섹스 앤 더 시티'는 인생이 동화 같지 않다고 말하면서도
동화처럼 영화는 해피엔딩을 선택한다.
드라마 팬들에겐 다시 돌아온 4총사의 그녀들이 더없이 반가울테지만 미드의
본좌격으로 단지 제목만 들어 알고 있던 나에겐 그들보다 캐리의 비서로 나온
제니퍼 허드슨이 더 반가울 뿐이었고 드라마를 통해 보여줬다는 여자들은 원하고,
남자들은 궁금해 하는 그녀들의 짜릿한 연애, 솔직한 섹스에 관한 수다는
40대로 접어든 그녀들이 나오는 영화에선 다소 반감된 느낌이다. (사실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영화는 사만다에게 영원히 솔로로 분류됐던 캐리의 결혼이야기를 중심으로
나머지 세친구의 이야기를 양념삼아 2시간 2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을 달리는데,
몇몇 일드처럼 또 하나의 에피소드로 극장판이 이루어진게 아니라 드라마가 종영되고
그 이후의 그녀들의 모습을 담은 하나의 완결판이라 그런지 패션바이블 혹은 연애지침서로
하나의 문화 아이콘이자 여성의 꿈과 우상이었다는 드라마 속 그녀들은 이제
자유분방한 사랑과 성생활, 그리고 전문직 여성으로서의 당당함을 잠시 뒤로 미뤄두고
인생의 또하나의 출발점이라는 결혼이라는 제도 안에서 아파하고 고민하고 행복해한다.
결혼이라는 사회적 제도가 누구에겐 실패의 기억이고 식장앞까지 와서 다시
달아날 정도로 부담스러울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구에겐 불안한 마음을 확신으로
돌려줄 공인된 법적 연걸고리일 수도 있는 것처럼, 그리고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의
소재가 고갈되지 않는 걸 보니, 안해봐서 모르겠지만 결혼이란 제도가 연인이란
남녀사이에 개입되면서부터 복잡 미묘한 그 무엇인가가 발생하는건
분명한 것 같다.
여튼 진실은 언젠가는 받아들여지기 마련이라지만 그 시기가
언제인가에 따라 그 믿어의심치 않는 진실도 다 부질없는 믿음으로 전락할 때가
많은 것처럼 (사랑은 타이밍이라고도 하지 않는가.) 캐리가 구두하나 버리는셈치고
그 집에 가지 않았더라면 결혼에 대한 아픈기억을 가진 뉴욕에서 솔로로 살고있는
잘나가는 작가가 되었을지도 모를일이니, 그녀가 영원히 그들 마음 속에 당당한
솔로이길 바랬던 팬들에겐 영화의 엔딩이 조금은 아쉬울지도 모르겠다.
+
다소 시들해진(?) 연애생활을 통해서 본질적인 자아가 도태되고 있음을
확인하는 사만다가 옆집총각 단테와 (종이한장으로 법적연걸고리가 형성되는 부부라는
관계에서는 간통이라는 극악한 단어로 명명되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바람으로
자아의 본질을 찾으려하지 않고 새로운 시작을 위해 남자에게 이별을 고하는
그녀가 내가 보기엔 영화 속 그녀들 중에 가장 멋져 보였다.
+
그리고 두시간이 넘게 그들의 몸을 감고 있는 수많은 고가의 유명 브랜드들은
연예기사에서나 가끔 들어봤던 베랑왕이 '아 저거 구나'했던 나에겐 전혀
보는 즐거움을 선사하지 못했는데 그것들이 비싸보이지도, 이뻐보이지도
않았는데 뭐 어쩌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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